2021

10년 만에 처음으로 공부만 했다. 어릴 때 막연히 원했던 공부를 20년이 지나 시작했다. 기분이 들뜰 줄 알았는데, 시작하고 나니 별 것 없었다. 그저 배움이 직업이라는 마음으로 지냈다. 직업인으로서 본분을 생각하여 매주 최소 40시간을 공부로 채웠다. 한 주도 거르지 않았다.

2021

공부하고 배운 것

10년 만에 처음으로 공부만 했다. 어릴 때 막연히 원했던 공부를 20년이 지나 시작했다. 기분이 들뜰 줄 알았는데, 시작하고 나니 별 것 없었다. 그저 배움이 직업이라는 마음으로 지냈다. 직업인으로서 본분을 생각하여 매주 최소 40시간을 공부로 채웠다. 한 주도 거르지 않았다.

  • 구름EDU, 한 눈에 끝내는 C언어 기초 (1월-2월)
  • Harvard CS50's Introduction to Computer Science 2021 (2월-10월)
  • KNOU 컴퓨터과학과 3학년 편입, 두 학기 수료 (3월-현재)
  • Google Cloud Study Jam: BigQuery, Data Studio (3월-4월)
  • AWS Builders Program: Docker, Container, DevOps (7월-8월)
  • 도커/쿠버네티스 온라인 부트캠프 with 카카오엔터프라이즈 (8월-현재)

이렇게 해서 올해 배운 것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내 인생에 완전히 없었던 것들이다.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코드와 기술문서에서 알아볼 수 있는 영역이 조금씩 생겼다. 필요한 무언가를 내 손으로 만들어내는 경험도 얻었다.

지금의 결과물이 나중에는 겨우 받아쓰기를 시작한 어릴 적의 비뚤비뚤한 답안지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. 괜찮다. 서툰 시작을 감내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으로 충분하다. 네이버뉴스 Fetching Bot은 7년 전 대행사 AE 시절에 간절히 원했으나 만드는 방법을 몰라 포기했던 도구다. 이제는 그걸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.

운동으로 얻은 것

몸을 다루고 힘을 쓰는 일에도 조금 익숙해졌다. 규칙적인 운동이 몸을 바꾼다는 진부한 격언을 몸으로 직접 겪어냈다.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무게를 들고, 한 번도 끌어올려보지 못한 내 몸을 끌어올렸다. 매일 가능한 만큼만 조금씩 전진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보낸 시간들이 몸과 마음의 안정을 이끌어 주었다. 파워존HJ라는 훌륭한 공간에서 훌륭한 선생님을 모신 덕분이다.

턱걸이를 할 줄 안다는게 세상 사는 데에 대단한 보탬이 되는 건 아니다. 다만 철봉 위로 나를 들어올렸을 때 그 기분이 어떤 건지 이제는 안다. 꾸준한 단련으로 안 되던 걸 되도록 만들어내는 일은 매사에 많은 자신감을 만들어준다. 설령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다음에는 해낼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.

앞으로 이루려는 것

세 번째 경력 전환을 준비한다. 클라우드 엔지니어가 목표다.

지난 회사에서 GCP를 도입해 회사 앱 서비스 데이터의 ETL 파이프라인을 직접 구축한 적이 있다. 사내에 도움을 청할 클라우드 유경험자가 없어 홀로 완성했다. 엑셀과 PPT 돌리며 사업 기획하던 사람으로서 무척 도전적인 일이었는데, 지나고 나니 그 일이 가장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았다. 덕분에 내가 앞으로 배우며 다루고 싶은 영역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알게 됐다.

계획이 잘 풀리면 서른 후반에 다시 신입이다. 그래도 좋다. 나이에 대한 불안은 일단 밀어 두었다. 지치지 않고 즐겁게 이어나갈 수 있는, 스스로에게 보람을 줄 일을 찾아 앞만 보며 걸어왔는데 돌아보니 굽이진 길이었을 뿐이다. 비로소 내 자리를 찾았는데 남들보다 조금 멀리 돌았다는게 대수일까. 삶에 최단 경로 같은 건 원래 있을 수 없는 것이다.

그리고 깨달은 것

올해 깨달은 게 하나 있다면, 홀로 고고하게 자존을 세우려는 단독자 보다는 애착과 도움을 솔직하게 주고 받을 줄 아는 느슨한 연대의 일원이 더 건강한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다. 감염병과 몰이성의 세계에서 무사히 일상을 누려 왔던 건 온전히 애인과 주변의 도움 덕분이었다. 그저 감사할 뿐이다. 올해 나의 모든 용기는 이들로부터 얻은 것이다.